두 달 전쯤, 잠시 근무 했었던 김앤장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주재원비자가 한꺼번에 신청자 여러 명이 모두 거절이 되었는데, 이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메모를 써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습니다. 그 회사는 자산규모만 10조가 가까이 되는,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큰 회사였습니다. 주재원 (L-1)비자는 최근 이민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졌고, 연장도 쉽지 않은 추세라서 이민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뜻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고까지 불립니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L-1보다는 E-2로 돌려서 많이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케이스 분석을 해 보니, 이 회사는 우리나라 회사이기는 하지만, 외국인 주주가 50%를 넘는 지배구조로 인해 미국과 우리나라의 treaty에 기반한 E-2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L-1비자나 E-2비자는 회사의 사업성과 비자 신청인의 자격요건이 잘 설명된 비즈니스 플랜이 정말 중요한데, 이러한 비즈니스 플랜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간단한 변호사 레터로 대신해서 제출했습니다. RFE를 검토해 보니 이민국은 주재원들의 간부직 직책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요청했습니다만, 이조차 만족스럽게 대응이 되지 않아 결국 비슷한 시기의 제출한 주재원 분들이 모두 한꺼번에 거절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석결과와 대응방안들이 담긴 메모를 받은 그 회사는 저자에게 주재원 비자 재도전을 의뢰했고, 당시 그 회사에서 미국에서 보내야 하는 비자 지원자 수도 더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해외자회사 상황과 미국내 자회사들의 매출규모, 사업운영 상황들을 분석한 후, Blanket-L청원서를 제출하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Blanket승인을 받기만 한다면, 그 회사는 미국지사에 직원을 파견해야 할 때 그 직원에 대한 개별 L-1 청원서를 제출할 필요 없이 서울에 소재한 미국대사관에서 인터뷰만 받고 바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Blanket-L 청원서를 제출하는 일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이 Blanket-L청원서가 회사 차원에서 대표로(?) 미국 이민국의 심사를 한번만 받으면, 그 회사에 속한 직원들은 몇 명이라도 한국대사관 인터뷰만 거쳐서 미국지사에 들어올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회사처럼 한국에서 이름만 대는 회사라면 미국 이민국 직원들의 심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한국의 사회 경제상황에 대해 친숙한 미국 대사들을 거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여러가지 불안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클라이언트는 전적인 신뢰를 주시며 진행에 협조해 주셨습니다. 그 결과, Blanket-L청원서를 Premium processing을 통해 열흘만에 승인 받고, 이전에 미국에서 L-1비자 청원서를 제출했다가 거절당하셨던 모든 분들까지 포함해서 전원이 대사관 인터뷰를 통해 개별 주재원 비자를 취득하셨습니다.
클라이언트 개별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이민법에 대한 효율적인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