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초에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발표한 ‘90-day rule’에 대한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 새로운 법은 ‘30/60 day rule’이라는 이민국의 기존 룰을 대체한 새로운 법안으로서, 이전에는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후, 60일이 지난 후에, 조금 급하게 진행한다면 30일 후에도 신분변경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그 기간을 90일로 늘림으로써 입국시의 비자와 그 체류 목적이 다른 신분으로의 미국내에서의 변경을 힘들게 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과 4월, 두 번에 걸쳐 미국무부 (U.S. Department of State)가 해외 공관들의 업무지침인 FAM(Foreign Affairs Manual)에 90-day rule관련 내용 중 일부 내용을 변경한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냈습니다. 이 변경 내용은 특히 F-1학생들과 다른 비이민비자를 소유하신 분들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경 내용은 90-day rule의 적용 범위에 대한 용어가 “A nonimmigrant in B or F status, or any other status prohibiting immigrant intent”에서 “A nonimmigrant in B status prohibiting immigrant intent”으로 현저히 축소되었습니다. 즉, 미국 입국 후에 90일이 지나기 전에 다른 신분으로 변경하는 것을 ‘입국 의도의 misrepresentation 또는 fraud’로 의심해 볼 수 있는 대상을 오직 B-1/B-2비자 (비즈니스/관광비자)로 입국한 사람들로 한정시킨 것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학생 비자로 미국에 오랜 기간 거주하며 생활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결혼을 고려하게 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혹시라도 방학 때 잠깐 한국에 다녀오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 90-day rule 조항 때문에 조심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B비자를 제외한 다른 비이민비자의 경우에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비이민비자에 대해 ‘dual intent (비이민의도로 입국했지만, 후에 이민의도를 갖게 되는 것)’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지침변경이라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또한, 입국 후 90일 이내에 입국시와 다른 종류의 비자를 신청하고, 그 변경될 새로운 비자 발급 목적에 해당하는 활동을 시작한 것 자체로 misrepresentation이나 fraud로 간주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습니다. 해당 활동들을 나열한 관련 규정 자체에 ‘May’와 ‘A possible’이라는 단어를 새로 넣어서 그러한 의도를 더욱 분명히 하였습니다 (9 FAM 302.9-4(B)(3) g. Activities that May Indicate A Possible Violation of Status of Conduct).
입국시에는 단기간 관광 계획만을 가지고 B-2비자로 입국한 바이올린 연주자를 한 번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달 정도 체류를 하던 중에 우연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결과가 좋아서 미국에 올 때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음반계약과 장기 공연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사는 외국인 연주자의 미국내에서의 합법적인 고용과 그에 따른 체류신분 변경을 위해 입국시의 B-2비자를 O-1B (흔히 예술가 비자로 불리는)신분으로 변경하는 청원서를 계약체결과 동시에 이민국에 제출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신분변경 제출 시점이 연주자의 미국입국일로부터 90일 이내라는 사실만을 근거로, 무조건 그 연주자가 입국시 이민국을 속이려는 의도였다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지침입니다.
내일 일어날 일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미국에 관광 목적으로 들어왔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정말 우연히,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인생의 soul mate를 만날 수도 있고, 늘 이루려고 노력해왔던 꿈을 드디어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입국할 때는 미리 ‘의도’하거나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업을 갖게 되거나 결혼을 하게 되는 등의 인생의 큰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 적지 않은 이민자들의 사정이 어느정도 이해되고 존중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흔치 않은, 정책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반가운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