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정부의 자국민 취업 우선 정책이 가장 뚜렷이 보여지는 이민 절차 중 하나는 H-1B (전문직 취업 비이민 비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되고 나서는 ‘Specialty Occupation (전문직)’이라는 H-1B의 승인 조건을 거의 모든 직종에 까다롭게 적용하여, 철저히 준비된 H-1B청원서를 제출하더라도 바로 승인을 내어 주는 경우보다는 RFE (Request For Evidence)라는 추가 서류 제출 요청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고 있습니다. 즉, H-1B 절차를 더 까다롭게 하고 기각율을 높여 H-1B 지원 자체를 줄이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와 같은 뚜렷한 목적 아래 진행되는 이민국의 추가 서류 요청이기 때문에 그 동안 당연히 전문직으로 여겨졌던 다양한 직군의 포지션과 일반적으로 석사학위가 요청되는 직종까지 ‘전문직 (Specialty Occupation)’임을 증빙하라는 추가 서류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2019년 회계연도의 경우, 이러한 추가 서류 요청률이 60%를 넘겼으며, 일부 IT업종 회사들의 기각률은 50%를 넘어섰습니다. 또한 이민국으로부터 이미 전문직 (specialty occupation)임을 인정받고 H-1B를 유지해 온 케이스의 재연장과 다른 고용주로의 이전 절차도 신규 H-1B케이스와 동일한 심사 기준을 적용합니다. H-1B의 3 년 만기가 다 되어 연장 신청하는 경우와 동일한 직종으로 단지 고용주만 변경되는 경우에도 기존에 이민국으로부터 이미 승인을 받았던 H-1B의 전문직 (specialty occupation)요건을 다시 심사하겠다는 것입니다.
2018년부터 이민국은 비자나 영주권을 기각(Denial)하면서 동시에 추방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H-1B에 대한 이러한 까다로운 심사 과정은 실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주고 있습니다. 추가 서류 요청에 어렵게 대응하고 난 후에도 결국 기각 (Denial)이라는 최악의 결정을 통보 받으면, 그 결정일자로부터 불법 체류가 시작되며 추방까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1B로 취업을 준비하려던 계획에서 다른 비이민비자 신분으로 변경하는 절차까지 미리 고려해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민 변호사들이 H-1B 업무 자체를 축소하거나, 고용주들에게 H-1B연장보다는 바로 영주권으로 진행을 하도록 권유함으로 이민국의 까다로운 H-1B 심사 절차를 최대한 우회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능력 있는 이민자들을 우선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실리 우선적인 Merit-based 이민정책 기조에서는 수혜자의 대부분이 학사학위 이상을 받은 전문직인 H-1B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H-1B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현재 심사 방향은 트럼프 행정부의 Merit-based 이민정책의 기조에 맞지 않는 모순적인 현상으로 보입니다. H-1B심사 절차에서 여실히 보여지고 있는 이러한 이민 정책과 실무 간의 괴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민을 위한 노동시장 보호’를 위해 어떻게 이민정책을 자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